신변잡기

폭설운전에서 생각한 것

불비불멍 2021. 1. 20. 21:44

나는 식당 아들이다. 가게가 집 근처에 있어 밥값 겸 가게 일을 도운다. 가게에서 하는 일 중에 고정적인 루틴들이 있다. 그 중 하나가 바로 양계장 배달이다. 양계장과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좀 멀어도 점심 식사를 배달한다. 그런데 며칠 전 그릇 회수를 하다가 눈길에서 아주 무서운 일을 겪었다.

 

그 무서움은 자동차가 통제불능의 쇳덩어리로 바뀐 폭설에서 왔다. 어찌저찌 굼벵이 속도로 무사히 다녀왔지만, 그때 겪었던 공포는 오랜 시간 남을 것 같다.

 

가까스로 가게에 다다랐을 때, 불현 듯 생각이 스쳤다. 삶 역시 통제 불가능한 것 아닌가. 난 여태껏 내 삶을 통제하려고 애썼다. 대학졸업 이후 몇 년간 붙잡았던 자격증 시험부터, 가게에서 별에 별 손놈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기억, 소소한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들 등. 이들 모두를 신경 쓰며 통제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.

 

그런데 정작 내게 필요한 건 통제 당하지 않는 것이더라. 이들 각종 상념과 후회로부터, 혹은 사람으로부터 말이다.

 

지금은 쓰기 귀찮으니까 다음에 인간관계에서의 손절을 이어 쓰겠음.